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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저희가 감당 못할 시련을 주지 않으신다고 하셨는데 왜 이렇게 아파야 하는지…"
기찻길 옆 오막살이라 해도 할 말 없을, 방음이 유독 약한 판넬 구조의 주택은 경부선을 오가는 열차가 토해내는 굉음을 이겨내기에 역부족이었다. 기차는 불규칙적으로 오갔지만 집을 덮칠 듯한 굉음이 자극하는 떨림과 소름은 규칙적이었다.


성시영(가명·43) 씨는 온종일 소음에 시달리면서도 집 안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그가 하루를 견디고 쉴 수 있는 곳은 이곳뿐이다. 무엇보다 속절없이 썩어간 관절은 그를 걸을 수도, 앉을 수도 없게 했다. 사업도, 인생도 갑작스러운 병마에 송두리째 빼앗겼다.
평생 고생만 한 노모(71)는 아들 뒷바라지에 노년을 보내고 있다. 성 씨의 죄책감과 억울함도 잠시. 무기력과 우울증은 일상처럼 성 씨를 덮쳤다.
"성경을 읽고 간절함을 부르짖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 거듭된 병마에 수렁처럼 깊어진 우울증
성 씨는 2015년 대구 달성군에서 건축자재 판매상을 열었다. 10년간 공장 생산직, 건축 일용직 등을 떠돌며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세운 가게였다. 그는 밤낮없이 일하면서 성공을 꿈꿨지만, 갑작스레 건강이 악화하면서 2년 만에 빚만 잔뜩 남긴 채 폐업했다.


가벼운 허리 통증이라고 생각했던 증상은 알고 보니 무혈성 대퇴골두 괴사증이었다. 이 질환은 골반과 맞닿은 다리뼈 위쪽의 뼈 조직이 죽으면서 여러 증상을 동반하는데 아직 정확한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동네 병원에서 통증 주사로 버티던 그는 결국 2017년 제대로 걷지도 못할 지경이 돼서야 양쪽 고관절이 모두 썩어가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발을 디디면 전기에 감전된 듯 욱신거리다 칼에 찔리는 것 같이 고통이 심해진다"고 말했다.


왼쪽 고관절을 절단한 그는 불편한 다리로 다시 일어서보려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다. 2018년부터 구청 일자리 사업, 보청기 영업 일을 전전하다 결국 지난해 1월 파산 선고를 받았다. 무기력함은 우울증으로 또 극단적인 생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매일 성경을 붙잡고 절규해보지만,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다.


그는 "두 다리가 없다고 해도 내 마음만 건강하면 살 수 있는데 내 모습이 너무 낯설기만 하다"며 "전에는 잠도 안 자고 일할 정도로 열정이 있었는데 계속해서 안 좋은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다"고 말했다.


◆ 생활고에 치료비조차 막막

어머니는 성 씨가 지금껏 삶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다. 그는 어머니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악착같이 삼 남매를 먹여 살린 노모. 그런 어머니도 20년 전 큰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다리가 흉측하게 변했다.


다리가 불편한 모자는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머니의 고령연금 40여만원과 텃밭에서 가꾸는 농작물, 복지관의 도움으로 간신히 입에 풀칠하고 있다. 당장 수년째 이렇다 할 소득이 없지만 성 씨의 큰 형이 집 한 채를 소유하고 있어 기초생활수급권 신청도 어렵다.


나아지지 않는 생활고에 치료비는 꿈도 꿀 수 없는 형편이지만 눈치 없는 몸은 계속 적신호를 보낸다. 지난 1월 31일 심한 탈장으로 병원에 실려 간 성 씨는 검사를 받다 장에 종양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난달 9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해 수술준비를 했지만, 탈장 수술비 90만원도 지인들에게 빌려 낸 터라 수술을 미뤘다.


지난 1월 성 씨의 사정을 잘 아는 지인이 복지시설의 일자리를 소개해줘 월 11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기적처럼 구한 일자리에 잠시나마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그것도 종양 발견 후 내려놓아야 했다. 그는 "소액이나마 좋으니 내가 벌어서 어머니를 모시고 마음의 평안을 찾는 것이 유일한 소원"이라며 "정말 살고 싶은데 이것마저 너무 어려운 숙제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주형 기자 coo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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