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중턱에 있는 낡은 집이었다. 장롱과 서랍장이 유일한 세간이었다. 그마저도 곳곳에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었다. 아귀가 맞는 건 하나도 없었다. 조금씩 어긋나있는 세간에 공간은 뒤틀린 듯 보였다.
심장 통증에 새벽에도 뜬눈으로 지새운다는 장진철(가명·54) 씨가 버릇처럼 머리를 감싸 쥐는 이유는 통각보다 죄책감 때문이다.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혼자 아프고 말았을 거라고.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은 틀렸다고. 처자식도 아파하고 있노라고.
병을 고치려고 강원도는 물론 부산의 대학병원까지 찾았다. 하지만 약 처방 외에 치료방법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후 6년째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근로는커녕 일상생활조차 유지하기가 버거워진 이유였다. ◆ 대물림된 빚에 생존마저 위협받아
이들의 고정 수입은 매월 받는 정부보조금 40만원이 전부다. 텃밭에서 키운 농작물을 1주일에 한 번 시장에 나가 팔아도 3만원을 손에 쥐기가 쉽잖다. 아이들 먹성은 또 어찌나 좋은지, 장 씨 가족은 지역 복지관과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얻어오는 식료품으로 근근이 배고픔을 달래고 있다.
이주형 기자 coolee@imaeil.com 가정복지회는 매일신문과 어려운 이웃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지원하는 '이웃사랑'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 거주자로 진짜!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주세요. 전화 053.287.00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