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살 난 첫째 아들을 내버려두고 온 한국 땅. 몽골에서 온 박트(38) 씨 부부는 아들에게 더 나은 삶을 주기 위해서라도 악착같이 버텨야 했다. 말도 안통하는 낯선 땅에서 의지하고 정 붙일 상대는 서로뿐. 이들은 어렵게 살림을 꾸려나가던 중 둘째 딸 궁주(2)를 얻었다.
얼른 항암치료를 하지 않으면 왼쪽 눈으로 전이될 수 있어 한시가 급했다. 하지만 병원의 문턱은 너무나 높았다. 돈에 대한 부담감은 아이의 건강 상태에 눈을 감게 했다.
2년 뒤 남편이 한국에 들어왔지만, 육체 노동은 끝없이 이어졌다. 부부는 꼬박 3년 동안 농장에서는 40kg의 양파 자루를, 건설 현장에서는 50kg의 철근을 수없이 옮겼다.
고개를 푹 숙인 박트 씨는 "궁주에게 새 옷 한 벌도 사준 적이 없는데 나머지 한쪽 눈마저 잃게 할 수 없다. 한시가 급한데 다리는 눈치도 없이 자꾸 아프다"며 다리를 하염없이 내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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