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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같이 중국집 배달 일을 마치고 식당으로 복귀하던 김현중(가명‧58) 씨. 전화 한 통화를 받은 그는 배달 오토바이를 돌려 누나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향한다. 포도가 먹고 싶다는 누나의 전화였다. 수중에는 당장 돈이 없다. 식당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5만원만 빌려 달라 사정해본다.


어렵사리 포도 한 송이를 사 찾은 병원. 침대에는 대장암 3기인 누나 김혜경(가명‧61) 씨가 기력 없이 누워있다. 포도 한 알을 입에 넣어 주지만 몇 번 받아먹던 누나는 못 먹겠다며 고개를 흔든다.


매형을 만나 고생만 하며 살아온 누나. 이제 좋은 일만 있어도 모자랄 판에 암이라는 불청객이 원망스럽다. 자식마저 다 떠나버린 누나 곁에는 자신밖에 남지 않았지만 넉넉지 않은 형편에 도울 길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른 지 오래다.


◆ 노름 일삼던 남편 피해 홀로 자녀 키웠지만, 대장암 찾아와
혜경 씨는 경북 의성군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남편은 노름만 일삼는 사람이었다. 혜경 씨가 홀로 식당일을 하며 마련한 생활비는 족족 노름 판돈이 됐다. 노름 중독은 갈수록 심해졌다. 어떻게든 돈을 만들어 오라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남편의 모습에 혜경 씨는 그 길로 두 자녀를 데리고 도망쳐 나왔다.


새로 정착한 곳에선 더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 했다. 딸과 신체장애가 있는 아들을 홀로 키워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돈만 벌었지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다고 했다. 하루 10시간씩 15년간 식당일, 농사일을 하다 보니 자녀의 생활에 충분한 관심을 가지기란 어려웠다.


성인이 된 자녀들은 각자 살길을 찾아 떠났다. 하지만 혜경 씨는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 해준 게 없는 자녀들에게 짐이 될 순 없었다. 그렇게 일을 계속해오던 중 유난히 배가 자주 아파왔다. 그저 소화가 안 되는가 싶어 소화제만 먹으며 5개월을 버텼다. 결국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5년 전 찾은 병원에서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 형편 좋지 못한 아들딸, 쓸쓸한 투병 생활
혜경 씨는 수술 후 30여 차례의 항암치료를 마쳤지만, 기력 회복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앞으로 남은 항암치료를 견딜힘이 없다. 그런 자신을 돌봐줄 누군가가 필요하지만 형편이 넉넉지 못한 자녀들에게 차마 연락을 할 수 없다.


이십 대 초반에 결혼한 딸은 이혼의 아픔을 한번 겪었다. 딸아이 한 명을 데리고 마트 일을 하며 악착같이 살던 딸은 좋은 짝을 만나 다시 가정을 꾸리게 됐지만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시댁의 눈칫밥을 먹고 산다. 그러다 보니 딸은 섣불리 아픈 엄마를 돌보겠다고 나설 수 없다. 시댁의 반대로 엄마에게 단돈 1만원도 보내주지 못하게 됐다.


아들도 혜경 씨와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어릴 때부터 신체장애가 있었지만 돌봐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큰 탓일까. 혜경 씨는 아들에게 전화 한번 걸기가 쉽지 않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내던 아들은 한 달 전 삼촌의 연락으로 엄마의 소식을 접했다. 하지만 몸이 불편한 그 역시 엄마를 돌보기 힘들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결국 혜경 씨 간호는 남동생 현중 씨의 몫이 됐다. 지난해 셋방을 얻어 홀로 의성에서 투병 생활하던 누나를 대구로 데려왔지만 생활은 쉽지 않다. 돈이 없어 전자레인지에 라면만 끓여 먹기를 반복했던 혜경 씨는 기력이 빠질 대로 빠졌다. 현중 씨는 저렴한 요양 병원을 찾아 누나를 입원시켰지만 치료비, 병원비는 급속도로 쌓여간다. 월수입 150만원이 채 안되는 남동생의 부담은 나날이 커져만 간다.


그는 "제 집에도 몸이 아픈 아내와 아직 취업하지 못한 아들이 저만 바라보고 있어요. 그놈의 돈이 뭔지 답답합니다"고 줄담배를 피워댔다.


배주현 기자 pearz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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