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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생명이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칠곡 경북대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온몸에 기계를 잔뜩 단 신생아들 사이로 한 아이의 거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의 입에선 흰색 거품이 연거푸 쏟아져 나왔다. 아이의 구토를 닦아내는 간호사 옆으로 엄마 리엔(가명‧30) 씨가 발을 동동 구르던 중이었다. 엄마는 아이의 배를 쓰다듬어 보지만 울음은 좀처럼 그칠 줄 몰랐다. 10여 분이 지났을까. 리엔 씨의 이마에 한 방울의 땀이 흘러내렸다. 어미의 애타는 마음이 가득 서린 땀방울이었다.


9년 전 베트남에서 시집와 어렵게 얻은 아들 핑안(가명‧1) 군. 항상 건강하고 행운만 가득 하라고 지어준 이름이지만 아이는 출산 예정일보다 두 달 일찍 세상에 나왔다. 핑안이는 호흡 장애를 앓고 있다.


◆ 폭력적인 남편, 멍울진 코리안 드림
스물한 살의 나이에 부모님을 위해 선택한 한국행. 힘겹게 생선 장사를 하는 부모님이 안쓰러웠던 리엔 씨에겐 한국에 시집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결혼 업체의 말이 달콤하게 들렸다. 업체는 예비 신랑이, 13살 연상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책임감 있는 남성이랬다.


남편과 꾸릴 '가정' 생각에 한껏 기대를 품고 찾은 한국은 생각과 다른 곳이었다. 남편은 식당 운영은커녕 매일 술만 먹고 밖으로 나돌기 바빴다.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던 리엔 씨는 그런 남편을 집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했다. 하지만 저녁 늦게 돌아온 남편은 술 냄새를 풍기며 리엔 씨에게 소리 지르기를 반복했다.


친구 한 명 없는 낯선 한국 땅에서 기댈 곳은 엄마와의 통화뿐. "엄마 보고 싶어. 남편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엄마에게 사실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본인의 처지가 왜 이렇게 됐나 눈물만 흘러나왔다. 혹여라도 입에서 새어 나오는 흐느낌이 핸드폰 너머로 전달될까 리엔 씨는 입을 틀어막기 바빴다 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가야 했다. 계속 집에서만 생활할 수 없다는 생각에 수소문해 찾아간 동네의 베트남 식당. 이곳에서 일하며 차츰 한국에 정을 붙여갔다. 하지만 남편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외롭기만 했던 결혼 생활은 4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 한국 생활 9년 만에 가진 아이는 호흡 장애
그런 리엔 씨에서 2개월 전 선물이 왔다. 아들 '핑안'이. 핑안이는 이혼 후 새로 만난 베트남인 뚜언 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다.


리엔 씨는 이혼 후 대구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 취직해 홀로 생활을 이어갔다. 한국에서 어떻게든 돈을 벌어 부모님의 짐을 덜어줘야 했다. 그곳에서 지인의 소개로 만난 베트남 출신의 뚜언(가명‧36)씨. 뚜언 씨는 리엔 씨의 새로운 안식처가 됐다. 그 역시 베트남에 있는 가족을 위해 일하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둘은 가정을 꾸려나갔고 소중한 자녀 '핑안'이도 생겼다.


하지만 행복은 마음껏 누릴 새도 없이 희미해져 갔다. 리엔 씨는 출산일이 다가올수록 배가 심하게 부풀어 오르고 호흡곤란을 겪는 일이 잦았다. 그저 당연한 일이겠거니 싶었지만, 의사는 양수과다증이랬다. 리엔 씨는 임신 40주를 다 채우지 못하고 31주 만에 아이를 조산했다. 세상에 나온 지 2개월차 핑안이는 호흡 장애가 있다. 식도도 아직 온전치 못 해 먹는 영양제는 족족 토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부부에게 큰 걱정은 쌓여가는 병원비다. 의료보험이 없어 병원비는 8천만원이 훌쩍 넘었다. 핑안이 기저귀와 영양제도 꾸준히 사야하지만 월 120만원의 뚜언 씨 소득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은 리엔 씨 대신 뚜언 씨가 밤낮 가리지 않고 일을 더 찾아 나서본다.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리엔 씨는 엄마 손길이라도 느끼게 해주고자 회복되지 못한 몸을 이끌고 매일 같이 병원을 찾는다. 핑안이를 토닥이는 그녀에게서 강한 모성애가 느껴졌다.


배주현 기자 pearz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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