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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새벽 6시 경기도 의정부에서 서울로 향하는 한 간선도로의 맨 오른쪽 차선. 구형의 승용차 한 대가 비상등을 켜고 30㎞의 속도로 서행 중이었다. 차 좌석 뒷자리에는 172cm의 키에 몸무게가 50kg도 채 안 되는 신성훈(27) 씨가 고개를 젖히고 앉아있다. 지난 10월부터 이어온 항암치료로 속이 여간 메스꺼운 게 아니다. 차를 모는 엄마 문영숙(55) 씨의 마음은 타들어 간다. 항암치료를 위해 8시 30분 전까진 서울대병원에 도착해야 하지만 힘들어하는 아들에 차 속도를 좀처럼 내지 못한다.


23년간 암 투병을 해온 아들 몸에 암이 재발한 건 벌써 세 번째다.


◆ 4살에 찾아온 암, 항암 치료받으면서도 아들은 공무원 돼

성훈 씨의 몸에 이상이 발견된 건 4살 즈음이었다. 잘 크던 아이가 자꾸 피가 섞인 소변을 봤다. 단순 방광염이라는 동네 병원 진단에 약을 먹였지만, 차도는 없었다. 어느 날 아이의 배가 풍선처럼 크게 부풀어 올랐다. 자지러지는 아이를 데리고 찾은 큰 병원에서 신장에 종양이 생기는 '윌름스 종양' 선고를 받았다.


하늘은 참 무심했다. 고작 4살인 아이의 왼쪽 신장을 떼어낸 뒤 3개월간 힘겹게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암은 폐로 전이됐다. 부부는 급히 서울행을 택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자가조혈모세포이식 수술을 받은 뒤 계속된 항암치료로 얼굴이 검게 변해버린 아들. 한 달 가까이 영양제만 맞는 아이의 옆에서 부모는 차마 밥을 넘길 수 없었다.


불안해하는 아들의 마음이 안정되면 병도 나아질까. 아빠 신송근(59) 씨는 아이에게 부모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자 어떤 일이든 다 했다. 그는 아들의 소변까지 직접 먹으면서 말했다. "성훈아 아빠는 이만큼 너를 사랑해." 이식 수술 후 시작된 정밀 추적 검사로 구미에서 서울까지 1년간 52번을 왕복해야했지만 송근 씨는 15kg 남짓한 아들을 매번 품에 안고 기차와 버스에 올랐다.


부모의 절실한 병간호가 통한 것인지 아들의 상태는 점차 나아졌다. 크고 작은 수술이 몇 차례 더 있었지만, 구미에 내려가 학교생활도 해가며 성훈 씨는 본인의 삶을 찾아갔다. 고3 때는 기흉 수술을 받으면서도 9급 공무원 지역인재 전형에 합격해 의정부우편집중국에서 근무도 시작했다.


◆ 올해 세 번째 재발한 암, 항암 치료비 감당할 길 없어

그런 부부에게 딸 신선아(31) 씨는 아픈 손가락이다. 일찍 철이 들어 부모에게 떼 한번 쓰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 자수성가해 지난 6월에 결혼한 딸. 방을 정리하다 발견한 딸의 다이어리에 송근 씨는 억장이 무너졌다. '돈 아껴야 해. 정신 차리자'라고 빼곡히 적어놓은 딸의 글씨. 그동안 혼자서 얼마나 외롭고 버거웠을까. 아빠는 다이어리를 품에 안고 한참을 울었다.


사실 몸과 마음이 온전치 못한 건 부부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20년간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혹시 아들의 치료로 서울로 가야 할까봐 사회복지사인 송근 씨는 연차 한번 쓰지 않고 꼬박 일하고 있다. 의정부 아들의 원룸에서 지내고 있는 아내는 이제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 구미에서 홀로 일하고 있는 송근 씨는 정신을 붙잡고자 매번 군번줄을 목에 걸고 출근길에 나선다.


그렇게 괜찮아질 줄 알았던 아들에게 2016년에는 횡격막, 올해는 폐에 또 암이 재발했다. 무엇보다 급한 건 돈이다. 일반 항암제는 더 이상 듣지 않아 표적 항암제를 써야 하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하루 약제비만 해도 200만원이 든다. 하지만 송근 씨의 월 200만원의 소득으로는 약제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도 이들은 힘든 내색 한번 하지 않고 서로를 위해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인터뷰 중 걸려온 아들의 영상통화에 송근 씨는 흐르던 눈물을 닦고 웃는 모습으로 전화를 받아 연신 사랑한다는 말을 전했다.


배주현 기자 pearz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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