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캠페인 보기



온 정성을 다해 키웠는데 삼 형제가 모두 지적장애를 앓게 될 줄은 몰랐다. 홑벌이 가장 밑에 딸린 식구만 4명. 허리띠를 아무리 졸라매도 살림은 넉넉하지 않았다. 세 아들 치료는커녕 먹고살기도 급급해 정작 내가 병 들어간다는 사실은 몰랐다. 당뇨로 시력을 잃을 위기에 처한 배화정(43·가명) 씨는 "아이들이 아직 잘 읽고 쓰지도 못해 엄마가 조금은 더 필요한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 당뇨보다 무서운 합병증

배 씨는 2018년 9월 당뇨병이 심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1여 년 전부터 어지러움에 하늘이 핑핑 돌고 잠을 못 이룰 만큼 속이 안 좋았지만 번번이 소화제를 사 먹으며 버티기 일쑤였다. 생활고가 심해 그동안 제대로 된 검사도 받지 못했던 터였다. 결국 심각성을 느낀 행정복지센터에서 병원에 데려갔고 거기에서 당뇨병이 있다는 걸 알았다.


배 씨를 힘들게 한 것은 당뇨병보다 합병증이었다. 눈앞은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뿌옇게 흐려졌다. 배 씨는 "지난해 4월부터는 달력에 숫자가 전혀 안 보이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자막들도 두 개로 보이는 등 시력이 갑작스럽게 악화됐다"고 말했다.


동네 병원은 효과가 없었다. 배 씨는 대학병원에서 심각한 당뇨망막병증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고혈당으로 망막에 제 기능을 못하는 혈관들이 생겨나고 터지는 것을 반복해 시력에 손상을 끼친다. 방치하면 실명에 다다를 만큼 심각하니 레이저치료와 주사를 2년 이상 꾸준히 병행할 것"을 추천했다.


다행히 지난해 9월 한국실명예방재단의 도움으로 두 차례 지원을 받아 응급치료를 할 수 있었다. 이마저도 오는 3월 끝난다. 월 1회 주사치료에만 50만원이 필요한데 앞으로도 1년 6개월 이상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 배 씨는 한숨만으로 하루를 버티고 있다.


◆ 온 식구가 종합병동

첫째(17), 둘째(14), 셋째(10) 삼형제가 모두 지적장애를 앓으면서 살림은 한 번도 펴지지 않았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도 아닌 탓에 남편 김동찬(53·가명) 씨는 가족을 먹여 살리고자 7년간 전국 각지의 건설 현장을 전전하기도 했다. 배 씨는 "남편이 공장에서 일했는데 공장이 자꾸 문을 닫고 일을 한다고 해도 100만원 정도 벌었다"며 "애들이 커나가고 돈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 건설일용직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런 남편에게도 불상사가 일어났다. 2년 전쯤 허리를 크게 다쳤지만 산재처리도 못 받고 쫓겨났던 것이다. 남편은 현재는 플라스틱 공장에서 일하면서 170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하지만 5인 가구가, 지적장애를 앓는 아들 셋을 키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둘째는 폐 한 쪽이 없이 태어나 유난히 병치레가 잦았다. 다섯 살 무렵 인공 폐 삽입 수술을 받기도 했다. 저축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날이 이어졌다. 현재 세 아들은 모두 건강하지만 읽고 쓰는 것이 어려울 만큼 학습 능력이 뒤떨어진다. 엄마는 자식들에게 이렇다 할 재활치료 한 번 제대로 못 해준 것이 마음이 아파 본인 눈을 고칠 생각도 없었지만 맏아들의 말에 힘을 낸다고 했다.


그는 "첫째 아들 자전거가 1년도 안 돼 브레이크 고장이 났는데 못 바꿔주고 수리비도 없어 계속 타다가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작년 5월에 교통사고가 났다"며 "그것만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픈데 아이는 빨리 돈을 벌어 엄마 눈을 고쳐주고 싶다고 한다"고 했다. 배 씨는 "이 아이들 제 앞가림할 때까지는 잠시나마 눈이 괜찮기를 매일 기도한다"며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가정복지회는 매일신문과 어려운 이웃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지원하는 '이웃사랑'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 거주자로 진짜!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주세요. 전화 053.287.0071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