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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비수를 꽂고 떠나버린 전 남편 때문에라도 잘 살고 싶었다. 당뇨로 망가진 신장을 고치기만 하면 새 인생이 찾아올 줄 알았다. 그러나 왼쪽 다리가 예고없이 썩어들어갔다. 다리를 절단할 당시에는 모든 희망도 잘려나간 것만 같았다.
강미아(49) 씨는 "나를 헌신짝처럼 버리면서 '넌 병신이잖아'라고 한 전 남편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강 씨는 한쪽 다리로 일어나보려고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재활은커녕 의족 구매도 제대로 못 할 만큼 어렵기만 한 생계난은 자꾸만 그를 주저앉히고 있다.


◆ 수십 차례 임신시도 끝에 얻은 당뇨
강 씨가 전 남편(49)의 불륜사실을 알아챈 것은 지난 2011년. 10여 년간의 임신 시도로 부부 모두 지쳤을 무렵이다. 강 씨 부부는 결혼 생활 내내 난임 클리닉, 시험관 시술 등 안 해본 방법이 없을 정도로 임신에 매달렸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강 씨는 이로 인해 임신중독 후유증, 당뇨와 신장 장애를 얻었고 부부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전 남편은 처음에는 외도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태도를 바꿨다. 지속적인 이혼요구, 협박과 폭언에 못이긴 강 씨는 결국 그와 갈라섰다.


외톨이가 된 강 씨 곁에 남은 당뇨는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그는 발바닥 상처 안으로 침투한 세균으로 3년간 골수염을 앓다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왼쪽 발바닥은 지난 2017년 1월 목욕탕에 다녀온 뒤부터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아무리 고름을 빼내도 나아지지 않았다. 썩은 살을 되돌릴 수 있다는 지인의 추천에 그해 9월 고압산소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경남 사천시까지 찾아갔다. 이마저도 허사였다. 평소 고혈압이 심한 탓에 치료를 받는 한 달 내내 코피를 쏟고 고열 등 부작용에 시달린 것. 강 씨는 "결국 치료비 700만원을 빚지고 병원을 떠나야 했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시에 살고 있는 강 씨는 지난해까지 구미에서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9월 대구까지 와서야 골수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발을 디뎌도 발목과 발가락에 촉감이 아예 없었다. 강 씨의 오른쪽 발목뼈는 이미 모두 녹아 절단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심각해진 상태였다. 강 씨는 "대구에서는 '왜 더 빨리 오지 않았느냐'고 성화였지만 집 근처 병원에서는 3년간 치료를 받으면서도 한번도 골수염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의족 비용만 700만 원, 더 돈 빌릴 곳도 없어
지난해 10월 절단수술 받고 벌써 4개월이 흘렀다. 강 씨는 여전히 목발 사용이 편치 않다. 요즘도 집 계단을 오르내리다 엎어지거나 주저 앉기 일쑤다. 다리 한쪽으로 사는 것은 불편한 것이 정말 많다. 움직임이 둔해지자 체중은 단기간에 17㎏이 불었다.


이렇다 할 재활치료는 꿈도 못 꾼다. 의족을 맞추려면 700만원이 필요하지만 이 돈마저 구할 수 없어 지인들을 통해 급전을 빌려야 했다. 그런 강 씨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는 집에서 거실을 빙빙 돌거나 유튜브를 보고 요가 동작을 따라하는 것이다.


생활고는 불편한 몸보다 더 두려운 존재가 됐다. 그는 지난해 11월 신장이식을 받게 돼 이제는 장애수당을 받을 수도 없다. 신장장애 등급이 내려간 탓이다. 현재 매달 받는 기초생활수급금은 50만원 남짓, 월세와 공과금을 제외하면 20만원도 채 남지 않는다.


구십이 넘은 친어머니와 오빠들 역시 강 씨를 물심양면으로 도왔지만 이제는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 씨는 절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감사하려고 한다고 했다.


강 씨는 "다리를 잘라냈지만 신장이식도 받고 결국은 살았지 않느냐"며 "혼자서 외발로도 이 악물고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데 취업이 가능할 때까지만이라도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주형 기자 coo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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