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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가명·50) 씨는 거실 창가 옆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어깻죽지를 다 잘라내고, 갈빗대를 부러트려야 할 만큼 혹독한 암 수술을 받고서도 생계난으로 치료를 이어나갈 수 없어서다.  치매에 걸린 노모와 남편(56), 다섯 아이까지 여덟 식구가 살아가는 25평 남짓한 전세집에는 이 씨가 몸을 누일 공간마저 여의치 않았다. 그는 "치료약이 하나밖에 없는데 비보험이라 어려운 형편에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라며 "아직 애들이 너무 어린데 자꾸 불안한 마음만 든다"고 했다.


◆ 암 수술 후 항암제 못 찾아 5개월 간 버티기만

이 씨는 지난해 5월부터 부쩍 피곤하고 가슴 깊은 곳에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치매에 걸린 모친을 돌보면서 다섯 남매를 챙기고, 정육점에서 부업까지 했던 그는 4개월간 몸살감기약을 달고 살면서도 평소처럼 정신없이 일했다. 가라앉지 않는 통증에도 당장 집안일을 챙기기 바빴다. 결국, 지난해 추석이 지나고서야 큰 병원을 찾았고 그해 11월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폐암 진단을 받았다.

폐와 기관지, 갈비뼈 곳곳에 퍼진 암세포는 당장 수술 말고는 손 쓸 방도가 없었다. 이 씨는 폐의 절반 이상을 들어내야 했다. 그러나 이후 5개월 동안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머물러있다. 그 사이 남아 있던 암세포는 임파선으로 전이됐고, 수술 후유증으로 왼팔에서 시작된 마비 증세는 팔을 들지 못할 정도로 심해졌다.


통상 수술 후에는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이 씨는 자신의 몸에 맞는 표적치료제를 찾기 힘들었다. 다행히 면역치료제 한 종이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이 약은 보험이 불가능해 1회 치료에만 500만원이 필요하다.

이 씨는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고 그냥 집에 내려왔다"며 "수술 후 꼬박 한 달 넘게 제대로 눕지도 못할 정도로 큰 통증에 시달렸는데 방법이 없다니 허무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 축복 같은 오남매, 없는 살림에 꿈까지 접을까

결혼 후 4년 넘게 들어서지 않았던 아이, 유산을 거듭한 끝에 어렵게 낳은 맏아들(21)을 시작으로 오 남매가 줄줄이 생겼다. 고등학생 맏딸, 중학생인 둘째 셋째 딸, 이제 초등학생인 막내아들까지 웃음이 끊이지 않아야 할 집에는 이 씨의 기침 소리만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 씨는 "남편을 따라 성당에 다닌 뒤부터 임신이 됐다. 그때는 영영 아이를 못 낳는다는 절망감이 너무 커 임신 자체가 축복같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점점 더 생활은 어려워졌다. 뭉텅이 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야간 운전을 하는 남편(56)의 월급은 가장 많은 달이라야 200만원 남짓. 때문에 이 씨는 8년 전부터 육아와 살림을 도맡으면서도 생계전선에도 뛰어들어야 했었다. 몸을 너무 혹사시켜서였을까. 이제는 조금도 일할 수 없을 만큼 망가져벼렸다.


남편은 최근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영업일수가 절반 넘게 줄었다. 암 진단 이후 긴급건강보험의 도움을 받게 됐지만, 자부담 치료비 300만원에도 가세가 휘청거릴 만큼 생활은 궁핍하다.


생활고로 암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 씨지만 본인보다 자식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래픽디자인을 배우고 싶어하는 고등학생 맏딸(18)이 평소 노래를 부르던 노트북 하나 못 사준 것이 마음에 걸린다.


워낙 돈에 시달려 아이들이 뭐만 하면 '돈 많이 든다. 하지 마라'를 입에 달고 산 것이 이제 와 가슴에 사무친다. 그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살아갈 수가 없었는데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계속 아이들만 보면 눈물만 난다"며 "다시 건강해지면 일도 일이지만 아이들을 더 챙겨주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주형 기자 coo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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