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버리고 도망간 엄마처럼 살기 싫었다. 찢어질 듯 가난해도 내 새끼는 끝까지 책임지고 싶었다.'
도망간 엄마가 떠올랐다. 이를 꽉 깨물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식들을 지켜야 했다. 경수 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막노동을 전전했다.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15년을 죽도록 일만 했다. 잘 살아보려 안간힘을 다해 발버둥쳤지만 불청객이 또 찾아왔다.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경수 씨는 10년 전 폐결핵을 두 번이나 앓았다. 왼쪽 폐는 이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런 정현 씨는 요즘 본인의 방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 대인기피증까지 찾아와 학교 졸업 후 7년 동안 좀처럼 바깥으로 나올 생각을 않는다. 아들을 타일러보지만 저항은 나날이 거세진다. 경수 씨는 오늘도 아들과 함께 먹을 밥을 짓지만 외로이 밥숟갈을 뜬다.
경수 씨는 "좋은 추억 하나 못 쌓아줬던 첫째, 둘째에게 짐을 지울 수 없다. 정현이가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들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수 씨의 기침은 좀처럼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배주현 기자 pearzoo@imaeil.com 대구경북 거주자로 진짜!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주세요. 전화 053.287.00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