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군 후포면의 한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 인적이 드문 도로 옆에 덩그러니 놓인 단칸방. 문을 열자 낯선 사람을 경계하듯 경직된 표정의 지적장애 모녀, 정은순(49) 씨와 딸 조하나(27) 씨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몇 평 안 되는 작은 집에는 공기청정기, 제습기 등 가전제품들이 빼곡히 들어있었다. 먼저 세상을 떠나버린 남편이 죄다 사놓은 것이랬다. 남편에 대한 그리움만 남아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집 안 곳곳에는 가전제품 연체료를 알리는 고지서가 널브러져 있었다. 남편이 떠난 뒤 모녀에게 남겨진 건 빚더미 뿐이었다.
배주현 기자 pearzoo@imaeil.com 대구경북 거주자로 진짜!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주세요. 전화 053.287.00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