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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곤히 잠든 밤 새벽 3시. 신혁수(가명·55) 씨는 오늘도 불면증에 몸을 뒤척인다.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 누워보지만, 정신은 말똥말똥 깨어있기만 하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끝없는 걱정과 후회들이 그의 단잠을 방해하는 중이었다.


소위 잘나가던 삶을 살았던 신 씨. 하지만 사업 실패와 동시에 찾아온 위암으로 그의 생활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제 자신에게 남겨진 건 빚더미와 세 자녀뿐이다. 열심히 살아왔건만 삶이 왜 이렇게 돼 버린 건지 아이들이 잠을 이룬 밤 몰래 눈물을 훔쳐본다.


거실로 나와 살짝 열어본 아이들 방문. 아빠만 의지한 채 곤히 자는 딸들과 아들의 모습을 보니 이내 생각이 뒤바뀐다.
'그래 어떻게든 살아봐야지'
신 씨는 암 치료가 덜 된 몸을 이끌고 아침 일찍 일자리를 구하러 나가기 위해 다시 잠자리에 든다.


◆ 승승장구했지만… 사업실패와 동시에 찾아온 위암 3기
남부럽지 않던 삶이었다. 2010년 섬유 가공업 운영을 시작으로 신 씨의 사업은 나날이 번창했다. 판매처와 억 단위의 계약을 이어가며 승승장구했다. 넓은 평수의 아파트 두 채, 결혼과 동시에 찾아온 세 명의 아이, 단란했던 가정 등 모든 게 완벽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손에 쥔 행복은 오래 가지 못한 채 하나둘씩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갔다. 6년 후 판매처들이 줄줄이 부도를 맞아버린 것. 신 씨의 회사도 위기가 찾아왔다. 고정 판매처들의 이탈을 막고자 섬유 가격을 낮추고 외상거래를 일삼아 온 탓이었다. 신 씨는 급히 아파트 한 채를 팔고, 적금, 보험을 모두 해지해 부도를 필사적으로 막았다.


불행은 한꺼번에 오는 것일까. 이듬해 신 씨는 위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유난히 기운이 없고 소화도 안 돼 찾은 병원. 종합검진을 받은 지 하루도 안 돼 의사는 얼른 큰 병원으로 가랬다. 서울 대학병원에서 그는 위의 4분의 3을 떼어내야 했다.


혁수 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회사도 삐거덕 거렸다. 사장이 회사에 나오지 못하니 이미 위기에 놓였던 회사는 제대로 굴러갈 턱이 없었다. 2017년 회사는 결국 부도를 맞게 됐다.


◆ 돈 때문에 부부는 각자의 길로, 홀로 세 자녀 양육에 고군분투
돈은 부부 관계도 멀어지게 했다. 회사가 부도난 뒤로 원망과 후회의 말들이 서로에게 향했다. 결국 부부는 2년 전 각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부채에, 위암에, 자녀 양육에 아내는 지칠 대로 지친 것일까. 그녀는 양육권마저 다 포기하고 떠나버렸다.


아내가 떠난 뒤 담보로 잡힌 남은 집 한 채마저 경매로 넘어갔다. 세 자녀를 데리고 경북 경산시의 한 외곽 지역으로 거처를 옮긴 신 씨는 이곳에서 아등바등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첫째 신다현(가명·11) 양은 짜증이 늘었다. 이 모든 게 아빠 탓이라며 원망의 말을 쏟아내는 딸의 말에 혁수 씨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한다. 막내아들 신태훈(가명·8) 군은 분리 불안증이 심하다. 하루 내내 아빠를 찾는 탓에 학교생활은 잘하는지 신 씨는 시름만 깊어진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잘 먹여야하지만 수입이 0원인 아빠는 이리저리 돈을 빌려 비상식량을 구해본다. 아이들에게는 좋은 것만 먹이고 싶지만, 매번 인스턴트식품만 주를 이룬다. 혁수 씨 역시 좋은 것만 먹으며 몸을 돌봐야 하지만 건강식은 그림의 떡이다. 급한대로 가족에게 도움을 청해본다. 하지만 부모님은 치매에 걸렸고 형제들은 도울 형편이 안 된다며 외면하기 바쁘다.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신 씨는 올해 초 암 완치가 덜 된 몸으로 건강식품 판매를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모든 활동이 뚝 끊겨버렸다. 그 사이 집세는 밀리고 이제 마스크를, 쌀을 살 돈도 없다.


신 씨는 "아이들이 엇나가지 않고 바르게만 커 주면 좋겠는데… 서툰 게 너무 많은 아빠라 미안합니다…"라며 일용직이라도 있지 않을까 일거리를 찾기 위해 집을 나설 채비를 마친다.


배주현 기자 pearz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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