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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마지막 밤 지난달 31일.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 문을 열자 따뜻한 가족의 온기가 온몸을 덮었다. 낯선 이를 밝게 맞이해주는 아빠 김인재(가명·49) 씨, 엄마 최지인(가명·47) 씨, 그리고 부모의 손을 잡고 해맑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주던 딸 김주영(가명·6) 양, 아들 김세영 (가명·3) 군이 그곳에 있었다.


집이 누추해 거듭 죄송하다던 부부. 사실 이들은 사업실패로 빚더미에 앉은 지 오래고 설상가상 아이들은 병으로 아픈 참이었다.

그런 그들은 우리가 도움을 받아도 되는 게 맞느냐며 연신 안절부절못했다.


◆ 사업 실패로 파산, 아내는 유방암까지

부부는 지난 2013년 늦은 나이에 만나 결혼했다. 카페를 운영하며 생활을 해갔지만 사업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갈수록 임대료는 솟는데 매출은 하락해 빚은 자꾸 쌓여갔다. 하지만 당시 태어난 딸과 아들을 위해 부부는 어떻게든 견뎌야 했다. 인건비까지 줄여가며 사활을 걸었지만 결국 사업 5년 만에 2억원대의 빚을 안고 카페를 그만두게 됐다.


빚을 갚아 나갈 길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인재 씨는 매일 새벽마다 인력사무소를 전전했다. 하지만 2015년 척추 뼈가 밀리면서 통증을 동반하는 척추전방전위증으로 받은 수술로 지체 장애 판정을 받은 터. 약이 없으면 못 버틸 정도로 허리 통증이 심한 탓에 일을 지속하기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일을 재빠르게 하지 못하자 일감을 주는 이들도 없었다. 결국 부부는 파산 신청을 했다.


당시 4살, 1살의 딸과 아들을 데리고 이들은 방 한 칸의 원룸으로 나앉게 됐다. 짐을 둘 공간마저 없어 네 식구는 이삿짐과 뒤엉켜 생활해야만 했다. 인재 씨는 일자리를 구하러 매일같이 집을 나섰고 가구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간간이 생활비를 벌었다.

그러던 지난해 아내 지인 씨에게 유방암이 찾아왔다. 다행히 상태가 심하지 않아 올 1월 수술도 무사히 마쳤지만 치료 탓에 지인 씨는 당분간 경제활동이 어렵게 됐다.


◆ 유전질환 앓는 딸과 심장병 앓는 아들

딸과 아들 역시 몸이 성치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딸 주영이는 성염색체 부족으로 난소의 기능 장애가 발생하는 유전질환인 터너증후군을 갖고 태어났다. 난소가 없는 주영이는 여성 호르몬제를 꾸준히 투약하며 살아야 한다. 어릴 때부터 주사를 너무 맞아온 탓에 6살의 아이는 어느덧 뾰족한 주삿바늘에 적응을 해버렸다. 그런 엄마는 "예뻐지기 위해 맞는 거야"라며 울음을 홀로 삼켜내는 딸의 마음을 쓰다듬어 준다.


아들 세영이 역시 심장의 심실에 구멍이 뚫린 채로 태어났다. 심장 내의 판막이 잘 닫히지 않아 혈류가 역류하는 승모판막 폐쇄 부전증이 심하지만 나이가 어린 탓에 수술이 어려운 상태다. 세영이는 언어 지연 증상도 보인다. 말이 너무 느리다고 생각해 찾은 병원에서 언어 수준이 나이보다 20개월이 늦다는 진단을 받았다. 언어치료를 위해 구청의 발달재활서비스를 찾았지만 이미 대기 순서가 많이 밀려있던 터였다. 하는 수 없이 민간 센터를 찾았지만 경제적 부담 탓에 주 1회의 치료밖에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부부는 앞날이 걱정이다. 주영이는 만성 중이염으로 청력이 손상됐고 사시도 있어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또 계속된 호르몬제 투입으로 갑상샘 저하증도 대비해야한다. 얼마 전 지인의 도움으로 단칸방 생활을 벗어나고 아파트로 거처를 옮기게 됐지만 이사로 주거급여마저 중단됐다. 부부의 가족 역시 경제적 어려움으로 연락이 끊긴 지 오래고 지인에게도 더 이상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부끄럽다.


본인들의 옷은 물론 자녀들 옷마저 모두 구제고 집 안 가구를 구하고자 아파트 쓰레기장까지 뒤졌다는 인재 씨와 지인 씨. 그래도 자녀들이 본인들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며 겸손의 자세로 살아가게끔 가르쳐주고 싶다는 부모였다. 아파트 단지 내에는 포근한 눈이 내리고 있었다.


배주현 기자 pearz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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