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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피를 계속 토하고 많이 아파요…"

경북 포항의 한 골목 사이에 위치한 투룸. 정리되지 못한 짐으로 발 디딜 곳조차 마땅히 없는 그곳에 네 식구가 살고 있었다.

겨우 사람 하나 앉을 공간에 자리한 엄마 이주혜(가명·34) 씨의 눈시울이 이내 붉어지고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둘째 생각에서다. 유난히 약하게 태어난 둘째 김태현(가명·13) 군은 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생사를 오가는 중이다.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2년 전 이혼해 아이들과 쫓기듯이 이곳에 정착했지만 모든 걸 홀로 감당하기가 벅차다. 주혜 씨의 몸도 성치 않은 탓이었다.


◆ 폭력 남편에게 시달리다 이혼…폐 굳어지는 병까지

주혜 씨는 12살의 나이에 부모의 이혼을 겪어야 했다. 엄마는 새 남편을 따라 멀리 떠났다. 주혜 씨는 오빠와 일용직 근로자인 아버지와 단칸방 생활을 전전하다 엄마를 찾으러 무작정 포항으로 내려왔다. 엄마는 주혜 씨 없이도 잘살고 있었지만 그런 엄마 곁에라도 있고 싶어 포항에서 방 한 칸을 얻고 분식집에서 일하며 돈을 벌었다. 고작 16살 때였다.


스무 살 무렵 남편을 만나 아이가 생겼다. 따뜻한 보금자리가 생길까 하는 기대도 잠시, 그는 육아는커녕 아이와 주혜 씨에게 폭력을 일삼았다. 걸핏하면 아이에게 얼굴 실핏줄이 다 터지도록 얼차려를 세웠다. 옆에서 말리는 주혜 씨 역시 맞아 아이들과 가정폭력 쉼터에 피신하기를 반복했다.


4년 전 어느 날 주혜 씨는 갑자기 피를 토했다. 의사는 기관지 벽이 손상돼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기관지 확장증이라며 폐가 굳어지는 폐 섬유화까지 같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큰 병원의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남편은 모른척했다. 고된 삶에 결국 1년 뒤 둘은 갈라섰다. 주혜 씨는 그 후에야 병원 검사를 받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어 지금까지 병을 방치해두고 있다.


◆ 폐 질환으로 생사 오가는 둘째, 폐 이식 필요하지만 돈 없어

그런 엄마의 증상은 둘째 태현이가 고스란히 닮아갔다. 이혼 후 세 자녀와 함께 원룸에서 지내게 된 주혜 씨. 2018년 태현이에게 뇌전증이 찾아왔다. 몇 년간 발작으로 쓰러지기를 반복하던 태현이는 지난해 11월 "숨을 못 쉬겠다"며 갑자기 피를 토해냈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아이 몸의 산소포화도는 자꾸만 떨어져 갔다. 계속되는 발작으로 정신을 잃어가는 아이의 모습을 다시 기억해내는 주혜 씨는 괴로워했다.


태현이의 병명은 폐동맥의 혈압이 높아져 폐의 혈액순환이 나빠지는 폐동맥고혈압이었다. 이 역시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치료를 위해 태현이를 데리고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올라갔지만 얼마 전 아이의 상태가 나빠져 중환자실에 들어갔다.


엄마의 온 신경이 둘째에게 간 사이 첫째와 셋째는 포항에 남아 둘이서 집을 지켜야 했다. 첫째 김태준(가명·16) 군은 학교에 가지 않는다. 학대 트라우마 탓인지 성인 남성에 대한 두려움이 커 학교에 도통 적응을 하지 못한다. 딸 김태린(가명·12) 양은 철이 일찍 들어 가끔 포항에 내려오는 엄마에게 어리광 한번 부리지 않는다. 엄마가 없는 집에서 첫째와 셋째는 서툰 손으로 집안일을 부담하고 급식 카드로 산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며 지내고 있다.

이제 태현이에겐 폐 이식밖에 방법이 없다. 하지만 병원비만 해도 일주일에 150만~170만원에 이르는데다 폐 이식에는 8천만~9천만원이 든다. 구하기 어려운 O형 폐를 받아야 해 길게는 2, 3년을 기다려야 하는 신세라 그 기간에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보고자 하지만 주혜 씨 역시 객혈을 자주 하는 탓에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이미 갚아야 할 대출금만 해도 1천만원이 훌쩍 넘는 데다 밀린 집세와 공과금이 500만원에 이른다. 정부 보조금 120만원이 유일한 생활비다.


아직 아이들과 제대로 살아본 적도 없다는 그녀. 울음을 꾹꾹 참으며 말을 이어가던 그녀의 목소리에는 애타는 어미의 심정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배주현 기자 pearz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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